홀아비김치가 있다구?

장승욱 씨는 홀아비김치 외에도 김치에 관한 우리 고유의 표현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무와 배추를 잘게 썰어 섞어 만든 김치는 써레기 김치, 절인 배추와 무, 오이를 넓적하게 썰어 젓국에 버무려 익힌 김치는 섞박지라고 합니다. 덤불김치는 무청이나 배추의 지스러기로 담근 김치라고도 하구요.
국물이 많아서 건더기가 둥둥 뜨는 김치를 둥둥이김치라고도 한다네요. 동치미나 싱건지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또한 갓 담가 익지 않은 김치는 날김치 혹은 풋김치, 익은 김치는 익은지, 묵은 김치는 묵은지라고 하는데, 익은지나 묵은지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을 '개미'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김치찌개의 맛은 개미에서 나오는 거라고 하는데, 꽤나 생소한 표현입니다. (덧붙여,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김치는 '기무치'라고 재치 있게 쓰셨습니다.)
이 <사랑한다 우리말>은 점차 잊혀져 가지만 꼭 알아두어야 할 우리 토박이말 205가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KBS의 <한민족리포트>를 다수 집필, 연출했고 우리말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토박이말에 대한 책을 꾸준히 쓰고 계신 장승욱 씨가 지난 10월에 내신 따끈따끈한 신간입니다. 목차에 있는 우리말들을 훑어보니 아는 게 그리 많지 않음에 부끄럽습니다. 우리네 말을 아껴 올바로 쓰는 마음가짐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인 김치를 사랑하는 것과 닮아 있지 않을까요.
한국의 김치 - 섞박지
김치하면 배추 김치가 떠오르긴 합니다만, 사실 김치는 무척이나 종류가 많습니다. 어떤 자료에 따르면 김치 종류가 100가지도 넘는다고 하지요. 사실 김치는 지역마다 다르고 심지어 집안 마다 다릅니다. 당연히 어떤 채소를 쓰느냐에 따라 다르지요. 계절마다 나는 채소가 다르니, 계절 별로 김치 종류도 달라집니다. 그러다 보니 김치 종류를 하나씩 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곧 있으면 추석입니다. 추석하면 둥근 달과 함께 송편이 생각납니다. 집집마다 해 먹는 음식도 다를 테고... 이렇게 다양한 음식이 올라오는 추석 음식 상에도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우리 김치입니다. 꼬마김치 한울 홈페이지에 따르면 가을에 먹는 김치는 총각무동치미, 통배추젓김치, 가을배추겉절이, 섞박겉절이, 통배추가을김치, 비늘무젓김치, 총각무소박이, 백깍두기, 무청젓버무리 등이 있다고 합니다. 섞박지, 소박이, 버무리 같은 김치 이름도 참 정겹습니다.
대표적인 가을 김치인 섞박지는 배추와 무를 섞어 담은 김치라고 해서 섞박지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섞'은 섞었다는 뜻일테고 '지'는 김치를 의미하겠네요. 예전부터 통배추 김치가 익기 전에 먹는 김치였는데 다른 김치와는 달리 다양한 해산물을 부재료로 쓰는 것이 큰 특징입니다. 실제로 오징어, 낙지, 굴, 새우 같은 해산물은 물론 홍어나 동태 같은 생선을 넣고 담는 섞박지도 있습니다. 지역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해산물을 부 재료로 썼기 때문에 다양한 섞박지들이 탄생한 것입니다. 예컨대 강화도에서는 순무섞박지, 동해안에서는 명태섞박지 같은 섞박지들을 만날 수 있답니다. 특히 생선을 넣은 섞박지들은 생선 살을 발라 먹는 재미가 그만이라는군요.
해산물과 함께 젓갈을 많이 넣어 담는 까닭에 빨리 익어 금새 시어지기 때문에 두고 두고 먹는 김치는 아닙니다. 담아서 바로 먹는 김치라는 뜻이지요. 주 재료는 무와 배추를 사용하는데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무가 배추보다 두 배 정도 많이 사용합니다. 배추 2kg이라면 무는 4kg 정도를 사용한다는 뜻이지요. 때문에 담가 놓고 보면 무가 배추보다 더 두드러져 보입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섞박지가 무 김치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무와 배추를 섞었다는 뜻에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거지요. 이외에 쪽파, 갓, 미나리, 대파, 마늘, 생강, 고춧가루, 새우젓 그리고 굴, 낙지, 생새우 등 취향에 따른 해산물을 부재료로 사용합니다.
참고로 일부에서는 석박지, 속박지라고 쓰기도 하는데, 섞박지가 맞는 표현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다양한 섞박지 김치들을 먹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