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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김치는 왜 두고 먹으면 안되나

김치 블로그/김치 스토리   -  2007/07/14 12:58

참 편한 세상이다. 전화번호만 누르면 피자나 치킨 같은 대표적인 배달 음식은 물론 온갖 한식 요리까지 시켜 먹을 수 있다. 요즘 같은 장마철, 혹은 정말 꼼짝하기 싫은 날, 손가락으로 꾹꾹 번호를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음식 대부분을 시켜 먹을 수 있다.

시켜 먹는 음식 맛있을 수 없다는 건 다 알지만, 오늘은 게으름의 승리. 나갈 생각은 진작에 포기하고 사무실에 들어온 온갖 식당 메뉴판을 뒤적이다가 오늘의 메뉴로 족발과 보쌈을 골랐다. 꾹꾹꾹꾹 번호 누르는 소리에 뒤이어 신호 가는 소리, 곧이어 누군가 상냥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어디 어딘데요 족발과 보쌈 주세요.' 발신자 확인이 되니 요즘은 굳이 전화번호 불러줄 필요도 없다. 서비스로 음료 드릴까요 소주 드릴까요라고 물어오니 기분도 그만. 당연히 내 선택은 소주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음식은 도착했다. 뭐 어차피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니 시켜 먹는 음식이 다 그렇지 하면서 소주를 곁들여 한 끼 저녁식사를 해결했다. 요즘 센스 있는 식당들은 배달할 때 비닐 봉지를 하나씩 준다. 다 먹고 그 봉지에 넣어 밖에 내 놓으라는 뜻이다. 장사가 좀 잘되는 집은 봉지에 자기 가게 이름도 떡 하니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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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봉지에 남은 음식을 넣으려고 보니 김치가 많이 남았다. 특별히 맛있는 김치는 아니고 요즘 식당 가면 다 주는 겉절이 김치다. 그냥 버릴까 하다가 아깝기도 해서 밀폐용기에 담아 사무실 냉장고에 넣었다. 하다 못해 라면이라도 먹는 날, 꺼내서 먹게 되겠지, 그런 생각을 했다. 남자들 대부분이 다 그렇겠지만, 처음에는 금새 꺼내 먹을 것처럼 하지만, 일단 넣어두면 잊어버린다. 그렇게 식당 김치는 우리 냉장고에서 열흘을 묵었다.

오랜만에 거한 술자리가 있던 다음 날, 나는 자연스레 라면을 찾게 됐다. 그러면서 생각난 것이 냉장고 안에 든 김치. 포장 김치를 1주에서 2주 정도 익히면 아주 맛있는 김치가 되길래, 당시 겉절이였던 식당 김치가 이제는 맛있게 익었으려니 생각하고 밀폐용기를 꺼냈다. 용기를 열자마자 밀려 나오는 매캐한 냄새. 어랏? 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지?

혹시나 해서 김치를 한 쪽 집어 먹었는데 이건 도저히 김치라 할 수 없고 짠 맛도 아닌, 시큼한 맛도 아닌 괴상한 맛이 나는 것이었다.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그대로 음식물 쓰레기통 직행. 이상했다. 김치는 익히면 익힐수록 유산균이 활동하면서 맛있는데 왜 저 김치는 그러지 않았을까.

결국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서야 의문을 풀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식당 김치는 겉절이다. 김치를 발효시키지 않고 양념을 묻혀 내오는 김치라는 뜻이다. 단순히 발효시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쉽게 말해 익히지 않고 내놓을 뿐만 아니라 일부 식당에서는 배추를 절이지도 않고 겉절이를 만드는 경우(혹은 그런 겉절이를 사오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세상에. 그럼 이건 김치가 아니다. 원래 김치는 '발효' 시킨 음식이고 사전에도 그렇게 나와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발효시키지 않은 겉절이는 김치가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배추를 절이지도 않았으니 당연히 유산균이 발생할 수 없는 법. 이건 김치가 아니다. 배추를 고추 양념에 묻힌 샐러드일 뿐이다. 자고로 몸에 좋은 유산균이 활동하면서 발효가 되어야 김치가 익는 법인데 발효될 유산균 자체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겉절이는 상해버린 셈이다. 샐러드를 오래 놔두면 맛이 변하는 것처럼 절이지도 않은 겉절이는 그렇게 상해버리고 만 것이다.

그래서 식당 김치는, 아니 배추를 절이지도 않고 만든 일부 식당의 '배추 고추 양념 샐러드'(!)는 오래 놓고 먹을 수 없다. 물론 버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만큼 먹는 게 좋겠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먹을 수도 없는 일. 다른 손님 식탁으로 재활용은 더더욱 안될 일 ^^. 역시 김치는 제대로 절여 담아야 진짜 김치다.

2007/07/14 12:58 2007/07/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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